
전국연합뉴스 최성용 기자 | 완주군이 29일 삼례읍 삼례리 1478-54 일원에서 ‘완주 삼례토성 발굴조사 학술자문회의’를 개최하고, 2025년도 역사문화권 중요유적 발굴조사 성과를 공유했다.
이번 회의는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국가유산청의 2025년 역사문화권 중요유적 발굴조사 국고보조사업에 선정된 이후, (재)전주문화유산연구원(원장 유철)이 수행 중인 삼례토성 발굴조사의 주요 성과를 보고하고 학술적 자문을 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회의에는 최인선 순천대학교 교수(한국성곽학회장), 곽장근 군산대학교 교수(前호남고고학회장) 등 학계 전문가를 비롯해 국가유산청, 전북특별자치도 유산관리과, 국립완주문화유산연구소, 완주군 관계자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완주군 삼례읍에 위치한 삼례토성은 만경강의 북안, 강가 언덕 위에 자리한 고대의 토성으로,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내류과 해양을 있는 거점성(據點城)이었음이 새롭게 확인됐다.
삼례토성은 낮은 구릉 위에 축조됐지만, 만경강과 주변 평야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한다.
기존 연구에서는 이 성이 마한 말기에서 백제 초(약 1,500년 전)에 축조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영래 선생은 지표조사를 통해 토축성을 내성으로 둔 이중성(二重城)으로 분류한 바 있다.
이번 조사는 성의 남쪽 구역, 내성 남변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그 결과 중심토루(흙성), 토석혼축 외벽, 기단부 보강석축이 확인됐다.
중심토루는 기저부의 자연암반 위에 사질토와 점토를 일정한 두께로 다져 쌓은 판축법(版築法)으로 축조됐으며, 확인된 높이는 최대 3.3m 내외였다.
토루 외측은 석재와 점토를 혼용한 석축으로 보강됐고, 이를 보호하기 위해 석재와 점토를 덧붙여 만든 외벽이 추가로 확인됐다.
특히 외벽의 기단부는 장방형으로 다듬은 대형 면석을 2~4단 정도 쌓고, 내부는 자연석·면석·점토다짐으로 단단히 보강한 구조를 보였다.
또한, 토성 내부에서 후기구석기 말기 유물 약 450점(돌날몸돌, 슴베찌르개, 좀돌날몸돌, 잔손질석기 등)이 수습돼 추가 발굴이 진행됐다.
이는 만경강 본류에서 처음 확인된 구석기 유적 사례로, 이 일대가 선사시대부터 인류의 생활 무대였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고고학적 증거로 평가된다.
이번 발굴 성과를 통해 삼례 지역은 단순한 읍성 기능을 넘어, 만경강 유역의 문화 전파 거점이자 백제 서북 진출과 후백제 왕도 형성에 연계된 정치·군사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지닌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삼례토성 일대는 고대 이래 조선시대까지 교통의 요지이자 지방행정의 중심지로 기능해왔다.
조선시대에는 역참이 설치됐으며, 인근에는 완산 8경 중 하나인 ‘비비낙안(飛飛落雁)’의 명승 비비정이 자리하고 있다.
또한 근현대에는 국가등록문화유산인 구 삼례양수장과 구 만경강철교가 위치해 있어, 삼례토성은 군사·행정·경제·산업유산이 공존하는 통시적(通時的) 문화경관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굴을 통해 완주 삼례 일대가 단절되지 않은 역사적 흐름을 간직한 복합문화유산임이 확인됐다”며, “고대역사문화권과의 연계성이 높은 만큼, 향후 역사문화권 차원의 보존·정비·활용계획을 체계적으로 수립해 지역 역사교육과 관광자원화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유희태 완주군수는 “삼례토성은 완주군의 역사적 정체성을 규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이자, 지역문화의 원류를 보여주는 상징”이라며, “발굴 성과를 주민과 공유하고, 향후 역사문화권 정비사업과 연계하여 유적의 보존정비 및 주변 정주여건 개선을 통한 명소화, 교육·관광 프로그램 확대로 군민이 함께 향유하는 문화유산으로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완주군은 2025년 1차 발굴조사를 완료한 후 2026년에는 그 결과를 토대로 삼례토성 정비 및 활용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역사문화권 중요유적 발굴조사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추가 조사를 추진하고, 주민 설명회 및 현장 공개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해 지역민의 문화유산 이해와 참여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