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살아 있어야 한다

  • 등록 2026.04.22 15:5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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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넘어 질서를 세우는 치안으로

전국연합뉴스 민정기 기자 |

최근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각종 범죄와 안전사고는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 아니다.

거리의 무질서, 학교의 붕괴, 온라인 공간의 범죄 확산까지, 그 양상은 다양하지만 공통된 본질은 분명하다.

 

그것은 바로 법과 질서의 약화다. 지금 대한민국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균열 속에서 조용히 흔들리고 있다.

범죄는 개인의 일탈로 시작되지만, 반복되는 범죄는 사회 구조의 결과다.

 

같은 유형의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가 사건을 처리하는 데 집중했지, 질서를 설계하는 데는 소홀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치안은 대응 중심(Reactive Policing)에 머물러 있었다. 사고가 발생하면 수습하고, 범죄가 일어나면 처벌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는 결코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없다.

 

이제 치안의 패러다임은 분명히 바뀌어야 한다. 사후 대응이 아니라 사전 예방, 단속이 아니라 구조 설계로 전환해야 한다.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환경을 바꾸고, 위험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진정한 치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기반 분석과 현장 중심의 정책, 그리고 무엇보다 일관된 법 집행이 필요하다.

 

특히 법질서의 핵심은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이다. 법이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집행이 일관성을 잃을 때 사회는 빠르게 무너진다. 국민이 법을 신뢰하지 않게 되면, 질서는 외형만 남고 실질은 사라진다.

 

법이 살아 있다는 것은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고 예외 없이 집행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법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그것은 처벌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따라서 치안은 단순한 권력 행사가 아니라 공공의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경찰의 역할 또한 단속자가 아니라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설계자로 확장되어야 한다.

 

유교적 관점에서도 질서는 외부의 강제가 아니라 내부의 책임에서 시작된다. 『중용』이 말하는 균형과 절제는 사회 질서의 핵심 원리이며,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는 개인과 사회, 국가가 하나의 책임 구조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법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제도뿐 아니라 인간의 책임 의식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대응하는 사회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사회로 나아갈 것인가.

 

그 차이는 단순한 정책의 차이가 아니라 국가의 수준을 가르는 기준이다.

 

경찰신문은 이 지점에서 새로운 역할을 해야 한다. 사건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건의 구조를 해석하고 해결의 방향을 제시하는 언론으로 나아가야 한다.

 

치안은 기술이 아니라 철학이며, 법질서는 관리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다. 법은 살아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법은 국민의 일상 속에서 공정하게, 일관되게, 흔들림 없이 작동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안전한 사회를 말할 수 있다.

민정기 기자 minjk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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